빨간 고추잠자리
맑은 쪽빛 하늘에
무슨 글자인지 쓰며 날아다닌다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온 바람
햇살에 눌린 잎사귀 흔들어대면
아름답게 물들기 시작하는 나뭇잎
찬 바람 싫다고 손사래 치다가
눈물도 없이 떨어지는데
수북이 쌓인 낙엽들이 남긴 말
시(詩)로 받아 적으며
시나브로 물들어가는 가을날에
괜스레 목이 메어
문자 보내던 핸드폰을 접고
붉게 타는 저녁놀
사슴처럼 멍하니 바라보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