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940년(고려 태조 23년)에 ‘광주(廣州)’라는
지명을 쓰기 시작해 현재까지 1,000년 넘게 이어왔다.
봉화길 제3길 너른고을길은 광주의 1,000년 세월을 걷는 길이다.
글. 이인철
사진. 전재호
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
넓고 광활한 지역, 너른고을
경강선 경기광주역 1번 출구로 나와 육교를 건너면 봉화길 너른고을길 표지판이 보인다. 안내 글에 광주 지명의 유래를 소개하고 있다. 전라도 광주는 ‘빛 광(光)’ 자를 쓰지만, 경기도 광주는 ‘넓을 광(廣)’ 자를 쓴다. 그만큼 드넓은 지역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수원으로 편입된 일부 면과 서울 강남구·강동구와 경기도 남양주 일부, 지금의 의왕·군포·성남·하남 일대가 예전에는 모두 광주였다. 이렇듯 ‘넓고 광활한 지역’이라는 뜻에서 광주를 ‘너른고을’이라 부르기도 한다. 경기광주역을 벗어나 육교를 건너면 경안천이 나온다. 너른고을길은 사실상 경안천 변에서 출발한다. 가을을 입은 천변 풍경을 벗 삼아 걷는 길로, 자전거길과 나란히 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천변을 지나면 마을 골목길과 연결된다. 걸을수록 전형적인 시골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평탄한 길을 걸어 조금 지루해질 무렵이면 국수봉 등산로 입구에 봉화로와 우시장 이야기 표지판이 나온다. 18세기 후반, 특히 19세기 들어 한양의 소고기 수요가 증가하고 소가죽 수출이 확대되면서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소도 점점 늘어났다. 경안역의 경안장과 삼전도의 송파장은 모두 규모가 큰 우전(牛廛)이 열린 곳으로 경안장에서 송파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두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나는 새오개를 넘어 산성을 지나 장지동으로 넘어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이배재(광주~성남) 고개를 넘는 길이다. 다시 말해 경안장에서 소를 끌고 봉화로를 따라 송파장으로 간 셈이다.
이야기판을 지나면 국수봉으로 오르는 산길이 나온다. 오르막이지만 상쾌한 가을 향기를 마시며 천천히 걷다 보면 힘든 줄 모른다. 국수봉 정상에 오르면 너른고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광주의 진면목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정상에는 정자가 있어 잠시 휴식을 취하기 좋다.
경기도 광주는 ‘넓을 광(廣)’ 자를 쓴다. 그만큼 드넓은 지역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수원으로 편입된 일부 면과 서울 강남구·강동구, 남양주 일부, 지금의 의왕, 군포, 성남, 하남 일대가 예전에는 모두 광주였다.
경기광주역을 벗어나 육교를 건너면 경안천이 나온다. 너른고을길은 사실상
경안천 변에서 출발한다.
국수봉 정상까지는 오르막이지만 상쾌한 가을 향기를 마시며 천천히 걷다
보면 힘든 줄 모른다.
곤지암에 얽힌 신립 장군의 전설
정자 바로 아래에 있는 국수봉 안내석에는 국수봉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이 청군에 포위되어 위급할 때 경상좌도 병마절도사 허완(許浣)이 1만여 군사를 이끌고 북상하다 국수봉 아랫마을 쌍령리에서 청군과 맞서 용전분투했지만, 중과부적으로 많은 군사가 전사했다. 경상우도 병마절도사 민영과 공청도 병마절도사 이의배, 안동영장 신세향 등 여러 장수도 전사했고 경상관찰사 심연(沈演)은 패퇴해 땅을치며 통곡했다는 쌍령리 전적지 역사를 되새겨볼 수 있다.
하산길은 도평초등학교 방향이다. 가파른 경사가 없어 숲속 정원을 걷듯 쉬엄쉬엄 내려오면 곤지암천이 기다린다. 곤지암은 ‘암(岩)’ 자에서 알 수 있듯, 곤지암(昆池岩)으로 불리기 전에는 바위 모양이 마치 고양이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묘바위’라고도 불렀다. 이 바위에는 조선 선조 때 명장 신립 장군에 얽힌 전설이 내려온다. 임진왜란 당시 충주 탄금대에서 왜군에게 패해 순국한 신립의 시신을 병사들이 광주로 옮겨 장사를 지냈다. 그런데 이후 이 바위 앞에서 말을 타고 지나가려고 하면 말발굽이 땅에 붙어 움직이지 않았고, 결국 말에서 내려 걸어가야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올곧은 선비가 이 앞을 지나다 신립 장군의 묘를 찾아가 왜 오가는 행인을 괴롭히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갑자기 천둥소리와 함께 벼락이 바위를 내리쳐 바위가 두 쪽으로 갈라지고 그 옆에 큰 연못이 생겼다. 이후로는 괴이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마을 뒷산 끝자락, 연못이 있는 곳의 바위라고 해 곤지암으로 불렀고 이후 지역명이 되었다.
곤지암천을 따라 1시간 정도 걸으면 종착지 곤지암역에 도착한다. 너른고을길은 광주의 1,000년 세월을 걷는 길이다.
가을 정취를 입은 천변 풍경을 벗 삼아 걷는 길로, 자전거길과 나란히 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사진 촬영 명소
곤지암천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코스다. 징검다리가 있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가을 하천의 풍경을 담기 좋다.
국수봉 정자
드넓은 광주의 풍경을 담긴 좋은 곳. 사방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광주 전경을 바라보면 왜 이곳을 너른고을로 불렀는지 금세 이해할 수 있다.
시작점 찾아가기
경기광주역(경강선) 1번 출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