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북동 실장님들
패션 협동조합 이상봉 조합장
K-패션의 미래 이끌
디자이너들이 뭉쳤다”

글로벌 패션 디자이너의 산실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 출신 디자이너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산북동 실장님들’이라는
브랜드 탄생을 예고했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경기 북부에서
생산한 원단으로 옷을 만들어
원단 산업과
패션 산업의 동반 성장을
꾀하고 있다.

글. 이정은 사진. 전재호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탄생한 산북동 실장님들 패션협동조합이 반가운 이유다.
“원래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에서 디자이너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서울패션위크나 해외 행사 등에 디자이너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이런 행사도 없어지고 디자이너로서 활동할 공간이 많이 사라졌어요. 그래서 우리끼리라도 뭉쳐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보자는 의미로 협동조합을 창립했습니다.”
초대 조합장을 맡은 이상봉 디자이너는 남성복 전문 브랜드 235연구소를 운영 중인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 3기 출신이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던 이 조합장은 군대에서 패션 잡지를 본 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마음에 패션과로 전과했다. 언젠가는 명품을 만들겠다는 꿈을 안고 패션계에 입문한 이 조합장은 유명 디자이너 밑에서 경험을 쌓고 동대문시장에서 도매 매장을 운영하다 2016년 브랜드 235Laboratory를 론칭하며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235Laboratory는 트렌치코트 위주의 아우터 전문 브랜드지만, 최근에는 캐주얼한 스타일을 주로 선보이는 세컨드 브랜드 Lab235를 론칭했다. 요즘 젊은 층이 선호하는 트렌드에 맞춰 오버핏에 기본 디자인을 적용했다. 그의 제품이 경쟁력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가격이다.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양주의 원단 업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원단을 받아오기 때문에 합리적 가격의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이 조합장은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중 스타 디자이너도 많다고 자랑한다. 예를 들어, 여성복 전문 브랜드 쎄쎄쎄 장윤경 디자이너는 서울패션위크나 캐나다 밴쿠버 패션위크 등 세계 패션 무대에서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억대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 있다고 전한다. 또 남성복 브랜드 웨이비니스 김현섭 디자이너는 20~30대 남성에게 인기를 얻으며 신진 디자이너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디자이너 개개인이 옷을 팔기 힘들어 조합차원에서 팝업 스토어를 통해 백화점에 입점하거나 핫 플레이스에 임대 점포를 내어 의상을 판매할 계획입니다.
현재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고 있어요.”

섬유·패션 산업의 상생 모델 만들어야죠 이처럼 실력을 갖춘 디자이너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로서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매출을 올리기는 힘든 상황. 특히 코로나19로 패션 무대조차 전무한 상황이라 자신들의 실력을 뽐낼 곳이 거의 없다는 점도 이들을 힘들게 했다. 이 조합장과 경기패션창작 스튜디오 출신 디자이너들이 산북동 실장님들 패션협동조합을 설립한 것도 스스로 무대를 만들고 생계를 유지할 힘을 키우자는 것이 취지였다. “요즘은 신생 브랜드가 늘고 있는 데다 무신사 같은 곳에 입점하는 도메스틱 브랜드(국내 제작 상품)가 부상해서 매우 힘든 상황이에요. 디자이너 개개인이 옷을 팔기 힘들어 조합 차원에서 팝업 스토어를 통해 백화점에 입점하거나 핫 플레이스에 임대 점포를 내어 의상을 판매할 계획입니다. 현재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고 있어요.”
산북동은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가 있는 지역명으로, 현장에서 디자이너들을 실장님이라 부르기에 산북동 실장님들 패션 협동조합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 조합장은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는 해외 행사에 ‘산북동 실장님들’이라는 브랜드로 부스를 만들어 해외 바이어를 상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산북동 실장님들 편집숍도 만들어 브랜드 파워를 키워가겠다는 복안이다.
경기 북부에서 생산하는 원단을 사용하기에 자리를 잡을수록 섬유 산업도 함께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친 젊은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자못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