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년 된 만석꾼 집,
남양주 동관댁

뒤로는 태묘산이 감싸고 앞으로는 너른 들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남양주 동관댁은
18세기 건축 기법과 형상을 간직한 기품 있는 고택이다.

글. 이정은 사진. 전재호

학세권, 역세권, 숲세권…. 요즘 집 구할 때 따지는 조건들이다. 그런데 조선 시대에는 집 앞에 너른 들판이 펼쳐지는 ‘들세권’이 최고였나 보다. 기품 넘치는 고택들을 보면 대부분 앞으로 너른 들이 시원스레 펼쳐지기 때문이다. 남양주 동관댁도 그렇다. 내곡리에서 가장 큰 내동마을 맨 안쪽, 태묘산 기슭에 자리 잡은 동관댁은 왕숙천을 사이에 두고 펼쳐진 한밭들과 유연이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남양주에서 가장 너른 들로, 故 박정희 대통령이 권농(勸農) 행사차 가끔 모를 심으러 온 곳 이기도 하다. 이 집은 연안 이씨, 이덕승 씨의 8대조가 약 250년 전에 지었다고 전해진다. 대대로 만석꾼이어서 곡식을 보관하는 고방이 7개나 된다. ‘동관’이란 명칭의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게 없는데, 아마도 숙종 때 공조좌랑(정6품)을 지낸 이하조가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 동관댁이라 불렀을 가능성이 높다. 성리학의 남녀유별이 반영된 사랑채와 안채 마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해 비탈길을 올라가야 대문에 닿는다. 대문은 서북향을 향해 난 솟을대문이고, 외양간과 행랑방이 좌우에 있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너른 마당이 있고, 동남향에 사랑채가 자리한다. 사랑채 뒤로는 사당이 있는데, 사당 양편 벽은 기와와돌을 사용해 예쁜 꽃담으로 꾸몄다. 대문 정면으로 고방이 있는 광채가 있고, 안채는 광채 귀퉁이에 설치된 중문을 통해 들어간다. 안채는 집 안 깊숙이 ㄱ 자형으로 자리 잡았고 안마당을 중심으로 광채가 ㄴ 자로 배치되어 전체적으로 ㅁ 자형 배치를 보여준다. 이런 배치는 보기 드문 것으로 이 집의 특징이기도 하다. 동관댁은 18세기 건축 기법과 형상을 간직하고 있고, 사랑채·안채·광채 등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1984년 국가민속문화재 제129호로 지정됐다. 풍수에 따르면 태묘산 기슭에 바짝 붙어 바람이 드세지 않고(장풍), 멀리 왕숙천이 왼쪽에서 흘러오는(득수) 명당이라 대대로 복록을 누려왔다고 한다. 풍수까지는 모르겠지만 뒤쪽으로는 태묘산이 포근하게 감싸고, 앞쪽으로는 시야가 탁 트여 멀리 천마산까지 보이니 최고 뷰를 자랑하는 전망 좋은 집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주소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금강로961번길 2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