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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에서 ‘땅따먹기’

부동산 투자 열풍이 가상 세계 메타버스로 번졌다.
7080 세대가 ‘부루마블’로 땅 부자가 됐다면, MZ세대는
이곳에서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 부동산 투자를 한다.

글. 이정은

강남 한복판에 쇼핑몰을 짓고, 남태평양 바닷가에 리조트를 세워 평생을 건물주로 살 수 있다면? 상상만 해도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평생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이러한 꿈이 실현되는 공간이 있다. 가상의 부동산 거래 플랫폼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땅을 사고, 건물을 지을 수 있으며, 분양도 할 수 있다. 어스2, 더 샌드박스, 디센트럴랜드, 오픈씨, 업랜드, 리퍼블릭, 솜니움등이 대표적이고 국내에서도 메타렉스, 메타버스2, 트윈코리아 등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방식도 다양하다. 어스2나 메타렉스는 현실 세계와 동일한 크기 비율로 본떠 만든 지구와 서울의 땅을 판다. 더 샌드박스나 디센트럴랜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현실의 땅에 가격을 매겨 판매한다. 거래는 대부분 가상 화폐로 이루어지지만, 어스2 등 일부 플랫폼에서는 신용카드, 계좌 이체, 페이팔(간편 거래 플랫폼)로 거래한다.

디지털 혁신이 주도한 블루오션 신시장? 그럼 이걸로 과연 돈을 벌 수 있을까? 부동산 시세가 오르면 다른 유저에게 되팔아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실제로 어스2는 출시 당시 타일(10×10m) 하나에 0.1달러였으나, 현재는 지역에 따라 60달러까지 급등한 곳도 나왔다. 디센트럴랜드나 더 샌드박스 등은 세계적 기업이 진출하면서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져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가상 부동산의 가치성은 현실 속 부동산과 똑같다. 즉 목 좋은 자리에 있는 토지나 건물이 고가에 평가·거래되고 있다. 뉴욕의 맨해튼과 서울 강남은 디지털 공간에서도 노른자위 땅이다. 이렇게 가상 부동산 플랫폼에서는 부동산 시세가 올라 이익을 낼 수도 있고, 향후 메타버스로 구현되는 가상현실 속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가령 아바타들이 모여드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거대한 전광판을 만들어 광고비를 받거나, 홍대 놀이터를 이벤트 개최자에게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식이다. 기업이 입주해 홍보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 삼성전자 미국 법인은 디센트럴랜드에 가상 매장인 ‘삼성 837X’를 개설했다. 뉴욕 워싱턴 스트리트 837에 자리한 삼성전자 제품 체험 전시장을 가상 세계로 옮겨놓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DGB금융지주가 금융권 최초로 지난 1월 어스2를 통해 대구 북구 칠성동 DGB대구은행 제2본사 건물을 매입했다. 안전한 플랫폼에서 소액으로 투자 전문가들은 가상 부동산 거래에 사용하는 암호 화폐의 변동성, 메타버스 플랫폼의 안정성 등을 이유로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현실에서는 부동산 가치가 떨어져도 땅이 사라지는 경우는 없지만, 메타버스 플랫폼이 사라지면 그 안의 부동산도 함께 증발하기 때문이다.

매주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이 등장하는데, 이를 주관하는 업체의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출시한 세컨서울은 서비스 개선을 이유로 문을 닫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가상 부동산 거래로 큰 이익을 얻으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메타버스가 조만간 가상 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제권을 형성할 것”이라며 “이를 노리고 가상 세계 속 부동산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 어떻게 투자하면 좋을까? 전문가들은 막무가내식 투자를 경고하며, 플랫폼 특성이나 개발사의 움직임, 메타버스와 관련한 투자의 전망 등을 면밀히 따져 일단 소액으로 감을 키우라고 권한다. 특히 플랫폼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수많은 지식 서비스 중 생존한 네이버의 ‘지식인’처럼 이용자가 많은 가상 부동산 플랫폼은 살아남고, 이용자가 없는 곳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하며 “최종 승자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