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호의 경기둘레길 탐방 여강을 따라
경기둘레길 34코스

남한강은 경기도 여주 땅에 이르러 이름을 여강으로 바꾼다.
검은 말 려(驪)에 물 강(江), 여강(驪江)이다.
이 코스를 여강길로 부르는 이유다.

글. 이인철 사진. 전재호

천년 고찰 신륵사에서 출발 경기둘레길 34코스이자 여강길 4코스는 신륵사에서 출발한다. 신륵사는 여주의 대표 사찰로 남한강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천 년 고찰이다. 전설에 따르면 신륵사는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 가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한 연못을 메우고 창건했다고 한다. 이후 고려 우왕 2년(1376년)에 나옹 선사가 입적하면서 유명한 절이 되었다. 유서 깊은 사찰답게 경내에는 극락보전, 원구형 석조 부 도 등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여럿이다. 출발 전 신륵사 경내를 둘러보길 추천한다. 신륵사를 벗어나면 2017년 한국건축가협회상, 한국건축문화대 상 본상, 경기도 건축문화상 대상 등을 수상할 만큼 뛰어난 건축 미를 자랑하는 여주박물관 여마관이 반긴다. 여마관은 남한강 수면과 이어지는 듯한 독특한 설계로, 강이 마치 바로 앞에 있는 듯한 착시 효과를 낸다. 검정 유리에 하늘과 강물이 반사돼 비치 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여주시립도서관 방향으로 직진하면 연인교가 나온다. 구(舊)여주대교로, 신(新)여주대교가 완공된 후 자전거도로와 보도로 활 용하고 있다. 평소 차로만 건너던 다리를 주변 풍경을 벗 삼아 걸 어서 건너는 건 둘레길만의 특혜다.

영월루에 서서 이규보, 정약용을 떠올리다 연인교를 건너면 영월공원이 나온다. 길은 창리 삼층석탑을 지나 여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영월루로 이어진다. 조 선 후기 여주군청 정문이던 누정(樓亭)으로, 이곳에 서서 바라보 는 여강 풍경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상류에는 신륵사, 하 류에는 남한강을 품은 마을이 옹기종기 펼쳐진다. 과거 이곳에 서 바라본 강 건너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여주팔경 중 하나였다지만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었다. 영월루 바로 아래에 는 커다란 괴암이 절벽을 이루는 마암(馬巖)이 있다. 여주팔경 중 제2경으로 이규보, 서거정, 정약용 등 당대 문인들이 이곳을 찾아 와 시와 풍류를 즐기던 명소로 알려져 있다. 영월공원에서 강을 따라 20여 분 걸으면 여주시립 폰박물관이 나온다. 세계에서 하 나뿐인 휴대전화 박물관으로, 우리 일상을 혁명적으로 바꾼 휴 대전화 관련 3,000점의 유물과 자료가 전시돼 있다. 물길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생태길 여주시립 폰박물관을 지나면 우리나라 생태 공원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금은모래강변공원이 나온다. 공원은 갑돌이와갑순이 공원, 수변 관찰 덱, 맨발로 걷는 자갈길, 연양동 유적, 전시모형공 원 등이 조성돼 있다. 특히 전시모형공원에서는 시대별로 20분의 1로 축소한 옹관묘와 안학궁, 장군총 외에 다수의 명승고적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공원에서 눈요기를 한 뒤 5분 정도 걸으면 강 천보가 나타난다. 강천보는 여주팔경 중 제5경으로 한강의 명물 황포돛배 모습을 형상화해 멀리서도 또렷하게 보인다. 34코스 의 종점 한강문화관은 강천보 내에 있다. 백로가 알을 품은 형상을 띤 한강문화관은 물의 밝은 미래를 체험 하는 열린 공간이다. 한강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지역민을 위한 갤러리, 상설 전시실, 수 변 카페, 전망대 등을 갖춰 34코스 완주 후 휴식을 취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특히 높이 39m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한강 전경이 일 품으로, 완주의 성취감이 배가된다.

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

tip 사진 촬영 명소 영월루
영월공원 내에 있는 조선 후기 건축물로 추정하는 누각이다. 여주의 대표적 전망 명소로, 여주 시내와 남한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누각 자체의 건축미도 돋보인다. 앞면 4칸, 옆면 2칸 규모의 고풍스러운 2층 누각으로 낮은 기단과 기다란 몸체, 치켜들린 지붕의 비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강천보
여주의 3보(강천보, 여주보, 이포보) 중 하나로, 가장 상류에 있다. 보 위에 서면 남한강의 수려한 풍광이 한눈에 펼쳐진다. 야경도 볼만한데, 물빛누리라는 이름의 야간 조명이 시간대·계절별로 다른 빛을 연출해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시작점 찾아가기
여주종합터미널 ▶ 신륵사 정류장 하차 987-3, 130, 995, 991, 981-3, 992, 989-5, 988-3, 981-5번 버스/ 약 8분 소요, 하루 3~5회 운행
경강선 여주역(여주역 버스 정류장) ▶ 신륵사 정류장 하차 일반 987-3, 130, 995, 991, 981-3, 992, 989-5, 988-3, 981-5번 버스/ 약 25분 소요, 하루 3~5회 운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