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바람 따라 걷는 임진강 길 경기둘레길 파주 7코스

남과 북을 잇는 임진강은 평화와 희망을 품고 걷는 길로,
가을에 걸으면 황금빛 파주 들녘을 감상하기 좋은 코스다.

글. 이인철 사진. 전재호






분단을 딛고 평화로 나아가는 평화누리길 이 코스는 평화누리길 8코스와 같은 구간으로 반구정에서 출발한다. 반구정은 조선의 재상 하면 떠오르는 인물, 황희가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를 친구 삼아 여생을 보낸 곳이다. 세종과 함께 조선의 전성기를 이룬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황희 선생 유적지로 조성했는데, 영당·영모재·앙지대 등이 세워져 있다.
황희 선생 유적지 주차장 맞은편 굴다리를 지나 왼쪽 길로 들어서면 율곡습지공원 방향이다. 자유로와 나란히 걷는 한적한 시골길로 주변 논밭의 풍경이 정겹게 펼쳐 진다. 농로를 따라 3km 정도 걸으면 경의선 임진강역이 나온다.
임진강역은 하루 두 차례만 기차가 다니는, 일반 열차가 올 수 있는 마지막 역으로 평화·통일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 곳이다. 농촌 한복판에 있는 역도 이색적이지만, 멈춤 표시와 함께 차단기를 설치한 건널목, 논을 가로지르며 한가로이 펼쳐진 철길의 풍경이 동화 속한 장면 같다. 잠시 휴식을 취할 겸 임진강역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임진각 평화곤돌라를 타면 하늘에서 자유의 다리, 독개다리, 임진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임진강을 건너 DMZ(민간인 통제 구역)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예로부터 의주로 향하던 역사·문화 탐방로, 임진나루 임진강역 건널목을 지나면 경기 옛길 의주길과 연결된다. 의주길은 조선 시대 한양과 평안북도 의주를 잇는 길로, 중국을 오가던 사신들이 통과하던 역사·문화 탐방로다. 7코스 중간 지점인 장산리를 지나면 오르막 산길로 이어진다. 풀숲에 숨은 많은 벙커가 한반도의 대치 상황을 알려주는 듯싶다. 정상에 오르면 군 시설인 헬기 이착륙장이 나오고, 바로 옆에 장산전망대로 가는 길이 있다.
헬기장 비포장길을 따라 30여 분 걸으면 임진리 나루터 마을이 나온다. 조선 시대 임진나루가 있던 마을로, 거북선의 첫 훈련지로도 유명하다.

율곡 이이의 고장에서 임진리 나루터마을을 지나 화석정으로 향하는 구간은 경기둘레길 7코스의 뷰포인트로, 남과 북을 이으며 굽이굽이 흐르는 임진강을 마주하며 걷는 길이다. 강 건너편은 DMZ로 멀리 북녘땅의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반구정과 함께 파주를 대표하는 정자, 화석정은 율곡 이이가 관직에서 물러난 후 여생을 보내며 제자들과 함께 시를 짓고 학문을 논하던 곳이다. 임진왜란 당시 화재로 소실돼 80여 년간 터만 남았다가 현종 14년(1673년)에 후손들이 복원했지만, 한국전쟁을 겪으며 또다시 소실되었다. 현재의 화석정은 1966년 파주의 유림들이 성금을 모아 지은 것이다.
화석정과 율곡리를 지나면 하늘을 향해 치솟는 분수가 가장 먼저 반기는 율곡습지공원이다. 7코스 종점과 8코스 시작을 알리는 스탬프는 공원 안내소 인근에 있다. 여정의 마무리는 비둘기 조형물이 있는 평화 계단에 올라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해보는 것은 어떨까.
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





장산전망대 경기둘레길 코스에서 300m 정도 벗어나야 하지만 다녀올 만한 곳이다. 전망대에서는 임진강과 강 건너편 진동면, 초평도 전경이 한눈에 잡힌다. 초평도는 섬 전체가 민통선 북쪽에 있다. 한국전쟁 이후 사람이 살지 않으면서 풀만 무성한 섬이 되었다.




화석정 임진강은 예로부터 강변이 아름다워 많은 정자를 지었다. 화석정은 대표적 정자로 율곡 이이가 후학을 양성하며 여생을 보낸 곳이다. 선조가 임진왜란 당시 의주로 피란을 가던 중 한밤중에 강을 건널 때 이 정자를 태워 불을 밝혔다는 설이 있다.

tip가족 코스
율곡습지공원 파주시 율곡리 임진강 인근에 조성한 아름다운 생태 공원.
생태 탐방로, 습지 둘레길, 솟대와 장승 등 정감 어린 시골 풍경을 품고 있다.
습지 둘레길 구간은 30~40분 정도 소요되며, 생태 탐방로를 걷기 위해선 사전 예약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