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의 소나타
연천 YES오케스트라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문화 예술 소외 지역에서 음악이 흐르는 문화 도시로 변모한 연천.
그 바탕에는 연천의 청소년으로 이뤄진 YES오케스트라가 있다.
앳되기만 한 아이들이 이룬 그 변화가 궁금해 YES오케스트라 음악 감독과 단원을 만나봤다.

글. 이정은 사진. 전재호


2022년 8월 13일, 구리시 구리아트홀에서는 특별한 공연이 펼쳐졌다. ‘2022 Let’s DMZ! 평화예술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찾아가는 DMZ 청소년오케스트라’ 공연.
무대 뒤에서 장난치던 아이들은 무대 위에 올라가자 진지한 표정으로 장원진 음악 감독의 사인을 기다렸다.
이윽고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 중 ‘러시아 춤’의 경쾌한 선율로 공연을 시작했다. 이어 멘델스존의 ‘웨딩마치’, 안드레아 보첼리의 ‘Time To Say Goodbye’ 등 귀에 익숙한 곡을 연주했고, 독도를 노래한 ‘홀로 아리랑’으로 대미를 장식하며 막을 내렸다.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30분 동안 음악 여행을 즐긴 청중들은 힘찬 박수로 어린 단원들을 격려했다.
이날의 주인공들은 2022 Let’s DMZ! 평화예술제를 위해 결성된 ‘DMZ청소년오케스트라’단. 김포, 연천, 포천 등지의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에 실제 거주 중인 청소년 음악인 90여 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대부분이 연천에서 활동 중인 ‘꿈의오케스트라(이하 꿈오)’ 단원들이다.
지난 2010년, 다양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법을 가르쳐주자는 의도로 시작한 꿈오는 현재 총 51개 지역에서 3,000여 명의 아이가 화음을 만들어내는데, 연천 꿈오도 그 중 한 곳이다.
연천 꿈오는 지난 2014년 창단했으며, 현재는 ‘YES오케스트라’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Yeonchon Emotional Sureul Orchestra’의 약자로, 항상 긍정적 마음으로 감성 넘치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뜻을 담고 있다.

Q YES오케스트라(이하 YES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연천 지역 아이들 60여 명으로 구성한 청소년 오케스트라입니다. ‘엘 시스테마(el sistema)’ 정신을 기반으로 아이들의 음악적 성장뿐 아니라 가치관 확립을 돕고, 나아가 지역사회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엘 시스테마’ 정신이 무엇인가요? 예술을 통해 아이들이 행복하고, 가족과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음악 운동이지요. 1975년 마약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던 베네수엘라 불량 청소년들에게 악기를 들게 하고, 음악으로 꿈과 비전을 심어주자 아이들이 놀랍게 변했습니다. 이를 엘 시스테마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에 시작해 12년째 진행 중입니다. 꿈오가 그것이죠.

Q 연천에서는 비교적 일찍 시작했네요. 맞습니다. 2014년에 시작 했으니까 햇수로 벌써 9년째네요. 연천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작은 농촌형 도시입니다. 음악뿐 아니라 문화 예술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곳인데, YES오가 상당 부분 해소해주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YES오가 활동하면서 성인이 참여하는 ‘평화시민오케스트라’도 생겼고, 클래식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도 상당히 높아졌거든요. Q 공연 활동이 궁금합니다. 향상 음악회, 정기 연주회, 합동 연주회 등 다양한 공연을 합니다. 공연은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성취감을 심어주지요. 부모님 손에 이끌려 와서 악기에 별로 관심이 없던 친구들도 합주와 공연을 하고 나면 자세가 달라져요. 그 아이 마음속에 노래가 들어 있는 듯 보입니다.

합주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 Q 다른 분야와 협업 공연도 했을 텐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지역 특성상 지역 군부대의 군악대와 합동 공연을 자주 하는데, 관내 주둔 부대인 5사단 군악대와 함께 만든 ‘뮤지컬 영웅’의 무대는 관객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감동적인 무대였습니다. DMZ 연합 오케스트라 공연은 자부심 넘치는 무대였지요. 지역은 다르지만 같은 DMZ 안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이라 협동하고 이해하는 면이 아주 돋보였어요. 경기 북부 지역 안에서 하나 되는 모습에 음악 감독으로서 뿌듯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경기도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아이들이 YES오 단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훗날 마음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지원하고 도움을 줄 예정입니다. 음악이야말로 아이들의 정서 발달과 함양을 돕는 최고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단원들도 사춘기가 한창인 나이인데, 다들 순수하고 맑아요. 이게 모두 음악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보다 넓고 촘촘한 지원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YES오케스트라. 악기를 처음 접해본 아이도 있고, 연습을 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30~40분씩 걸려 오는 아이도 있다. 결코 녹록지 않은 환경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오케스트라 연습 시간이 제일 기다려진다고 입을 모은다. 오케스트라의 경우 혼자만 독주를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음악도 들어야 하고, 서로 교감하면서 하모니를 이뤄야 좋은 연주가 나온다. YES오케스트라 아이들도 눈으로, 귀로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소리를 맞추어가고 있다. 그렇게 더불어 사는 법도 배우고 있는 것. 음악 속에서 꿈과 열정을 발견하고 키워나가는 YES오케스트라의 음표는 언제나 YES!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