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겨울, 여강을 걷다 경기둘레길 33코스

겨울바람에 춤추는 은빛 억새를 따라 펼쳐진 길.
쌀과 도자기의 고장 여주 여강의 겨울은 평화롭고 고즈넉했다.

글. 이인철 사진. 전재호

은빛 물결 따라 걷는 여강길여주에서 강에 연접한 면적이 가장 넓은 지역인 강천면.
이곳은 남한강과 섬강의 합류지로, ‘배가 편안하게 쉬어 가는 곳’이라 하여 강천면(康川面)으로 부른다. 배나 사람에게나 편안한 물길의 고장인 셈이다. 경기 둘레길 33코스는 강천면의 중심, 강천면사무소에서 출발한다. 시작 구간은 도로를 따라 걷는 길로, 차량을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조용한 마을 길로 들어선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농한기를 맞은 시골 풍경을 만끽하며 한 참 걸으면 가야1리 표지석과 만난다. 지명 유래를 보니 과거 갯골로 부르던 곳인데, 갯골은 ‘물가에 있는 마을’이란 뜻이다. 멀지 않은 곳에 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듯, 농로를 따라 10여 분 걸으면 남한강이 나온다. 이곳 사람들은 남한강 여주 구간을 ‘여강’이라고 부른다. 남한강보다 더 정겹고 토속적인 이름이다. 예전에는 은빛 모래가 반짝이는 곳이었다는데, 지금은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래도 겨울바람에 춤추는 은빛 억새 풍경은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한다.
불교미술을 관람하기 좋은 목아박물관여강을 따라 30여 분 걸으면 멀리 강천보와 이호대교 가 보이고, 이정표가 서 있다. 다시 마을 길을 걷는 구간으로 여강과는 잠시 이별한다. 하지만 장독대, 장작 등 시골 풍경이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그렇게 30여 분 걸으니 ‘맞이문’이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여주의 관광 명소 중 한 곳인 목아박물관으로, 무형문화재 제108호(목조각장) 목아 박찬수 선생이 수집한 6만여 점의 불교 관련 유물과 조각품을 전시한 곳이다. 박물관 내에는 보물 3점을 비롯해 사찰에서 전해 내려오는 많은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할 겸 박물관에 들러 아름다운 불교미술 작품을 감상하길 추천한다.





숲길과 마을 길을 반복하니 천년 고찰이 반긴다 목아 박물관을 지나면 다시 여강길이다. 금당천이 여강에 몸을 맡기는 두물머리는 강변으로 길이 없으니 금당천으로 우회해야 한다. 이곳부터는 숲길이다. 여강길 3코스와 같은 노선으로, 경기둘레길 33코스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이다. 숲길과 마을 길을 반복해서 걷다 보면 여주를 대표하는 천년 고찰 신륵사가 반긴다. 신륵사는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설이 있는데, 고려 우왕 2년(1376년)에 나옹선사가 입적 하면서 유명한 절이 되었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강변에 자리 잡은 사찰로, 경내에서 바라보는 여강의 풍경이 일품이다. 경기둘레길 33코스의 목적지인 스탬프는 신륵사 앞 공원에 있다. 이곳은 신륵사 관광지구로 여주박물관, 도자기 체험장, 농특산물 판매장과 식당가가 있어 도보 여행의 피로를 풀고 가기 좋다.





목아박물관 1990년 개관한 박물관으로 우리나라 불교 문화를 보여주는 불상, 불화, 불교 목공예품 등의 유물과 자료 6,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보물로 지정된 3점의 전시품도 관람할 수 있다.




신륵사 신라 진평왕(579~632년) 때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신륵사는 드물게 강 바로 앞에 터를 잡은 사찰로 국가 지정 보물 8점, 경기도 지정 문화재 5점 등 총 13점의 문화재를 보유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tip가족 코스
남한강 강변길
남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평지 길로 남녀노소 가볍게 걷기 좋은 구간이다. 은모래·금모래 반짝이는 모습이 사라져 아쉽지만, 은빛 억새는 여전히 반갑게 맞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