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한 해를 돌아보며 마음을 정리하고 싶다면 종교 시설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역사와 문화, 건축미가 어우러진 종교 시설은 종교의 경계를 초월해 경외감을 주고, 사유와
평온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경건한 침묵으로 내면의 소란함을 재우고 조용히 내일의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는 뜻깊은 공간을 소개한다.
글. 이정은 사진. 전재호, 청란교회
빛과 소리로 가득 찬 공간에서 치유를
‘영혼의 건축가’로 불리는 종교 건축의 대가 마리아 보타와 한국 건축의 선구자 승효상 등이 10년에 걸쳐 지은 대성당은 빛과 소리의 향연장이다. 원통형 타워 두 동의 유리 천장을 통해 내려온 빛은 때론 천사의 날개 모양을 그려내고, 포물선으로 설치된 단풍나무 각재는 소리의 간섭을 차단해 천상의 음향 효과를 낸다. 미사 때 연주되는 파이프오르간 소리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주소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남양성지로 112
문의 031-356-5880
단아한 성지에서 만나는 마음의 평화
은이성지는 김대건 신부가 피에르 모방 신부에게 세례성사를 받고 신학생으로 선발된 곳으로 김가항성당, 김대건기념관, 김대건 신부 동상 등이 있다. 소박하고 기품 있는 하얀색의 김가항성당은 중국 상하이에서 김대건 신부가 한국인 최초로 사제 서품을 받은 곳으로, 철거 직전 그대로 이곳으로 이전해 왔다. ‘청년김대건길’은 용인 은이성지에서 안성 미리내성지로 이어지는 10.3km 산책길로 조용히 사유하며 걷기에 좋다.
은이성지
주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은이로 182 문의 031-338-1702
번뇌와 욕심은 한강에 실려 보내고
운길산 8부 능선에 위치한 수종사는 다산 정약용이 즐겨 찾던 힐링 장소이자 초의선사가 정약용을 찾아와 한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차를 마신 곳이다. 수종사 앞마당에 오르면 남한강과 북한강이 조우하는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데, 조선 전기 학자 서거정이 동방 사찰 중 제일의 전망이라고 격찬했을 정도다. 세조가 하사했다는 500년 수령의 아름드리 은행나무는 수종사의 또 다른 명물이다.
수종사
주소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로433번길 186 문의 031-576-8411
알처럼 작은 교회에서 천국의 소망을 품다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 앤드루 맥네어 교수가 설계한 세계에서 제일 작은 원형 교회다. 원래 목재로 만들었는데, 변색되면서 청동을 입히고 하늘색으로 칠해 청란교회라는 이름이 붙었다. 가운데 법궤를 연상시키는 오르간이 있고 3개의 창은 예수를 안은 성모마리아를 형상화했다. 성경 신구약 66권 전체를 훈민정음체로 새긴 ‘성경의 벽’은 현대미술가 전병삼의 작품으로, 빛과 바람에 따라 천 개의 얼굴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