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글 쓰는 셰프’라고 하지만 본인은 ‘주방장’이라는 말을 가장 아낀다. 오래된 식당을 찾아다니며 주인장들의 생생한 증언과 장사 철학을 글로 써서 사회·문화적으로 노포의 가치를 알리는 데 일조했다. 저서로는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이 있고 <수요미식회> 등 주요 방송에 출연했다.
제주 흑돼지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이 식당의 주인은 고기 두께부터 양념까지 최고 맛을 찾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비법을 찾아냈다. 고양시 화정역 맛집 ‘제주묵돈’ 이야기다.
사진. 전재호
가게에 들어서니 그다지 크기 않은 실내가 정결하다. 고깃집에 가면 바닥을 신발로 쓸어보는 손님이 꽤 있다. 미끌거리면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놀랍게도 이 집은 티끌 하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2년 창업해서 지금까지 가게 관리만큼은 확실하게 하고 있어요. 손님과 한 약속이니까요.”
포항 출신인 그는 원래 요식업 전문이 아니다. 고양시에 둥지를 틀면서 식당을 열었다. 맛있는 돼지고기의 대명사이던 제주 돼지고기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생기자마자 놀랍게도 제주로 바로 날아갔다. ‘◯사돈’이라는 유명한 가게였다. 무작정 기술을 배우러 왔다고 하고, 견습생이 되었다. 청소부터 시작해 좋은 흑돼지 고르는 법, 손님 맞는 법 등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제주식 고깃집 차림이 흔하지만 박 대표가 이 가게를 열 때만 해도 많은 부분이 달랐다.
“좋은 멜젓(제주식 멸치젓)을 구해 손님상에 올리고, 고기도 두툼하게 썰어 냅니다. 가장 좋은 제주 돼지를 사는 것부터 시작이지요.”
그는 연구 끝에 가장 적당한 삼겹살 두께인 2.9cm를 찾았다. 과연 육즙이 잘 보존되고, 굽기 좋고, 씹는 맛도 달랐다. 가브리살, 항정살 같은 특수한 부위도 그만의 써는 방식이 있다. 연구해서 나온 결과란다.
가게 입구에는 초벌하는 코너가 있다. 숯을 피워 두툼한 고기를 미리 굽는다. 고기가 두꺼우므로 초벌은 필수일 것이다. 숯불로 구우니 향을 입힐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코너가 특별하다. 재가 날릴 만도 한데 깨끗하게 관리된다. 연신 닦고 쓸면서 관리한다. 스테인리스로 기물을 맞추어놓았는데 반들반들하다. 그의 성격이 드러난다.
“고양시 많은 주민이 단골이 되었어요. 아파트 사시는 분들이죠. 나름 일산 토박이분들이 오십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그분들이 찾아주셔서 저희는 매출 하락도 크지 않았어요. ‘고양시에서 괜찮은 고깃집을 하겠다’는 제 마음을 주민들이 믿어주셨다고 생각해요.”
고기도 두툼하게 썰어 냅니다.
가장 좋은 제주 돼지를 사는 것부터 시작이지요.
“두 대가 있습니다. 한 대가 고장날 수 있으니 예비로 설치한 것이죠. 좁은 식당에서 공간을 차지하지만,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정확히 매일 정해진 대로 밥을 드리기로 했으면 지켜야죠. 한 대 더 놓은 이유입니다.”
5분도로 적당히 도정해 쌀눈이 보인다. 영양가 높은 밥인데 현미는 좀 거치니까 그 중간 정도로, 효율적인 도정을 하고 있다. 가게 한구석에 ‘나락’이 든 가마가 있다.
“밥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밥을 어떻게 지어 낼지 고민했습니다. 우리는 쌀밥 먹는 민족이니까요.”
제주묵돈에는 오래된 직원이 많다. 가게 역사와 비슷한 10년 넘은 직원이 있다. 요식업 평균 근무 기간이 3년에 불과하다 보니 10년 근속 직원은 참 보기 어렵다. 게다가 오래된 가게라고 해도 퇴사율 역시 높은 게 요식업이다.
“일에 대한 평가가 정확하고 일할 만한 일터를 만드는 게 제 목표라 오래 다니는 직원도 생기는 모양입니다.”
고기가 치아를 붙들듯이 쫄깃하게 씹힌다. 껍질이 붙어 있는 오겹살이다. 보통 흑돼지 오겹살을 먹을 때 곤란한 상황이 생길 때가 있다. 검은 털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일일이 신경 써서 털을 다 뽑아낸 고기를 받는다. 그는 모든 게 오차 없이 확실하다.
박 대표는 가게에서 가까운 단지에 살며 새벽에 나와 하루 16시간 이상 일해 왔다. 요새는 직원들에게 책임을 지우고 일도 나눈다.
“한때 참 열심히 했어요. 자는 시간 빼고 하루 종일.”
누구나 식당 일 하면 그런 고생을 한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 이게 제일 중요한 덕목이다.
점심 무렵이라 찌개를 내주었다. 제주 돼지고기 넉넉하게 썰어 넣은 김치찌개다. 칼칼하고 입에 붙는다. 뭐든 최고로 하고 싶다는 대표의 마음이 읽히는 음식이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 제주 돼지고기를 하면서 불황에도 끄떡없는 저력이 바로 이런 태도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고기는 기르기 힘들고 환경에도 부담을 준다. 그 때문에 기왕 잡았으면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서 남기거나 버리면 안 된다. 그게 고깃집 운영하는 사장님들 생각이다. 동의한다. 경기도 북서부 지역 맛집이 된 제주묵돈에는 미래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