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 작가의 도전과
외로움 사용법

2025. 01

MBC PD였던 김민식 작가는 스무 살 때 일어난 자전거 사고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늘 현재에 최선을 다해 왔고, 은퇴 후 외로움을 친구 삼아 새로운 길을 만들어냈다. 경기도에서 강연하며 만난 도민들의 도전과 희망을 통해 그가 전하는 인생 철학을 들어보자.

글. 이선민
사진. 전재호
공대 졸업, 제약 회사 영업 사원, 통역사, SF 소설 번역가에서 스타 PD, 베스트셀러 작가, 100만 조회 수의 유튜버···. 김민식 작가가 걸어온 길을 보면 변화무쌍 그 자체다. 김 작가는 직업을 여러 번 바꿨지만, 단 한 번도 ‘이 일을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간 적이 없어요. 그저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에요. 처음엔 영업 사원으로 시작했어요. 영어를 좀 하다 보니 통역사가 됐고, 그 경험을 살려 PD가 됐죠.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건 ‘현재’였어요.”
그는 사람들이 자꾸 지금 하는 일에 불만을 갖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일은 나하고 안 맞아, 더 좋은 일을 해야 행복할 거야”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복은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데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좋은 일을 찾을 때는 행복할 수 없지만, 힘들어도 열심히 하는 데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조언이다. 설령 사소하고 하찮게 느껴지는 일이라도 그 일을 즐기면서 해야 새로운 문이 열리는 법이란다.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곳에간 적이 없어요. 그저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에요.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면, 그게 다음 문을 열어줍니다.
자전거 사고를 통해
‘내가 움직여야
세상이 변한다’는 것을
배우다
“인생은 보통 세 가지 질문으로 나뉩니다. 누가 나를 구해줄 것인가? 언제 시작할 것인가? 그리고 지금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며 수없이 많은 전환점을 거쳐온 그가 평생 살면서 스스로에게 물은 말이다. 그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된 것은 자전거 사고로 큰 상처를 입은 스무 살 때였다. 스무 바늘이나 꿰매야 할 정도로 크게 다쳐 길거리에 누워 있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던 그때 그는 잠시 고민했다고 한다.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 누군가 도와주겠지? 그러나 혼자 일어나 걸어서 병원에 가야 했고, 병원에서도 그를 돌봐주지 않을 때 스스로 자신의 고통을 호소해야 했다. 그날의 경험은 그의 인생 철학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김 작가는 세 가지를 배웠다고 말한다.
“첫째, 누가 나를 구해 줄 것인가? 아무도 없어요. 나를 구할 사람은 나뿐이에요. 둘째, 언제 시작할 것인가? 기다릴수록 상황은 나빠질 뿐입니다. 지금이 가장 좋은 때예요. 셋째, 그럼 지금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내가 움직여야 세상이 변합니다.”
그날 이후 김 작가는 어떤 일이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도전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또 매번 새로운 갈림길 앞에 설 때마다 두려움 대신 행동을 택했다.
“솔직히 말하면 모든 변화는 불안했어요. 하지만 자전거 사고 때 배운 게 있잖아요. ‘기다리면 상황은 더 나빠질 뿐이다.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일단 도전했어요. 그리고 그 결과 저는 늘 새로운 기회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철학은 은퇴 후에도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2020년 MBC를 퇴사한 이후 그는 별다른 계획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양재천을 걷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유튜브 강연과 글쓰기로 또 다른 삶의 기회를 만났다.
“스무 살에 배운 교훈은 지금도 제 삶을 지탱해 주는 힘입니다. ‘기다리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우다 보니 재미있는 삶이 되더라고요.”
외로움은 실패가 아니에요.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선물이 주어진 겁니다.
그 시간을 통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찾는다면, 외로움은 나를 더 단단하고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친구가 됩니다.
외로움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친구
김 작가는 외로움을 “고령화 시대에 반드시 마주해야 할 친구”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독립하고 직장은 떠나게 된다. 한창 바쁘던 삶에서 문득 홀로 남아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외로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역시 쉰두 살에 갑자기 은퇴하면서 가까운 동료들과 관계가 급격히 끊어지며 누구도 자신을 찾지 않는 시간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실패라고 생각해요. ‘내가 소외되었나? 이제 나에게 관심이 없나?’ 이런 불안감이 들죠. 하지만 외로움은 실패가 아니에요.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선물이 주어진 겁니다. 그런데 그 선물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죠.”
그는 외로움을 피하려다 더 큰 중독에 빠지기 쉽다며, 제대로 마주하지 않으면 잘못된 처방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외로울 때 술에 의존하거나 스마트폰에 빠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다 보면 잠깐은 외로움을 잊지만 그건 진짜 해결책이 아니다. 결국 외로움을 회피하려 할수록 더 깊은 공허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외로움에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혼자 있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외로움은 내가 나를 이해하고,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혼자 있는 시간에 내면을 들여다봐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어요. 그걸 깨닫는 순간, 외로움은 친구가 됩니다. 외로움은 나를 더 단단하고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친구입니다.”
김민식
한양대학교 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1996년 MBC에 입사한 뒤 청춘 시트콤 〈뉴논스톱〉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드라마 〈내조의 여왕〉으로 백상예술대상 연출상을 공동 수상했다. 엄혹한 2012년, 얼결에 MBC 노조 부위원장을 맡았다가 송출실로 좌천되었고 2018년에야 드라마 PD로 복귀했다.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버텨낸 7년 동안 해마다 200여 권의 책을 읽고 매일 아침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그때 쓴 글을 모아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매일 아침 써봤니?>,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공짜로 즐기는 세상>, <강원국x김민식 말하기의 태도> 등을 펴냈다.
고령화 시대,
기회의 땅 경기도
그는 경기도가 ‘고령화 사회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인프라와 여유로운 생활환경은 은퇴 후 삶의 터전으로 제격이라는 것이다. 그가 경기도 평생학습관과 일자리재단에서 강연 요청이 많아 경기도 곳곳에서 도민을 만나며 느낀 것이다. 특히 노년과 중장년, 경력 단절 여성은 흔히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경기도는 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다시 꿈꿀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도는 단순히 ‘일자리 제공’만을 목표로 하지 않아요. 중장년층과 경력 단절 여성들이 취업 후 오래도록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세부 정책이 돋보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기업이 중장년층을 채용하면 일정 기간 임금을 지원하는데, 단 조건이 있어요. ‘기존 청년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이죠. 이런 방식은 세대 간 상생까지 고려한 정책이라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김 작가는 경기도의 일자리 정책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큰 감동이었다고 고백했다. 캘리그래피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아예 캘리그래피 소품 가게를 차린 50대 여성, 60대에 접어들어 영어를 배웠다가 지금은 노인을 대상으로 영어 회화를 가르치게 된 사례 등 경기도의 일자리 정책은 단순히 일자리를 넘어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시작을 망설이고 있다면 경기도의 프로그램을 꼭 활용해 보세요. 도전은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만난 분들은 작은 한 걸음에서 시작해 큰 변화를 만들어냈어요. 경기도는 그런 첫걸음을 뗄 수 있는 모든 환경을 제공하고 있어요. 지금, 경기도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 보세요.”
경기도는 사람들이 다시 도전하고 꿈을 찾아가는 장이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플랫폼이라는 그의 말에서 경기도민의 희망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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