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일품 순댓국 맛집 순대만찬 성남본점

2025. 01

만찬. ‘손님을 초대해 함께 먹는 저녁 식사’를 말한다. 그런데 비싼 요리도 아니고 평범한 순대로 만찬을?
하지만, 순댓국을 한 입 맛보면 절로 동의하게 된다. 바로 서민 동네 성남에 있는 ‘순대만찬’이다.

글. 박찬일
사진. 전재호
‘한국은 국밥의 나라다’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듯하다. 가장 먼저 시작된 외식도 국밥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한국적 패스트푸드. 끓인 국에 식은 밥을 말아 데운 후(토렴) 김치 한 보시기와 같이 먹는 음식. 국밥이 정확히 언제부터 팔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수백 년간 조리법과 먹는 방식이 거의 변하지 않은 것도 신기하다. 뚝배기를 쓰는 것도 그렇다.
사골 국물의 구수함, 잘 곤 고기의 끈끈한 맛이 살아 있어
국밥의 역사에서 순댓국은 가장 대중적이다. 해장국, 설렁탕, 곰탕 등 국밥의 조상(?)들은 모두 소고기가 주제인데 순댓국만 돼지다. 학자들은 원래는 돼지를 잡는 잔칫날의 음식이었다가 사육이 늘고 수요가 생기면서 현재의 국밥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또 ‘순댓국=대중음식’, ‘순댓국=서민’이라는 공식도 생겼다. 돼지고기 부산물은 언제나 쌌기 때문이다.
“원래는 분식집으로 시작해서 순댓국으로 넘어왔어요. 이곳이 서민 동네여서 분식, 순댓국 같은 게 잘 팔려요.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고비를 넘기며 장사를 했네요.”
‘순대만찬 성남본점’ 박서희 대표의 말이다. 그는 이곳 성남동이 좋다.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순댓국을 팔고, 장사도 잘되고 보람도 있기 때문이다.
“성남은 서민 동네잖아요. 이곳도 역세권이라곤 하는데 여전히 소박한 동네예요. 회사원도 거의 없고, 손님도 대부분 동네 주민이고. 어떻게 보면 장사하기 힘든 곳이지요.”
주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뜨끈한 순댓국밥이 나온다. 가게 안에 퍼져 있는 냄새로 어느 정도 맛을 판단(?)하게 되는 게 내 직업인데, 이 집은 합격이다. 구수한 사골과 고기 곤 냄새가 제대로 난다. 그러면서도 깔끔하다. 순대 질도 좋다. 가격은 순댓국 9,000원. 아주 싼 값은 아니지만 정갈한 가게와 주방을 운영하는 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보면 될 듯하다. 국물은 돼지 콜라겐과 고기가 제대로 녹아서 살짝 끈끈한 맛이 살아 있다.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는 뜻이다. 순대는 고기가 듬뿍 들어가서 고급이다. 나박나박 썬 무김치가 나오는데, 이게 또 별미다. 진한 김칫국물을 국밥에 부어서 먹어도 좋다. 전국적으로 흔히 돼지국밥과 순댓국밥을 구분하곤 한다. 부산·경남 쪽에서 파는 걸 돼지국밥, 기타 지역을 순댓국밥으로 나눈다. 부산·경남은 살코기에 방점을 찍는다고 하지만, 사실 그 지역에서도 돼지머리와 순대를 넣는 순댓국밥 방식도 많기 때문에 무 자르듯이 구분하기는 어렵다. 대체로 수육과 부추무침을 제공하는 방식은 돼지국밥, 들깨를 쓰고 순대를 강조하는 국밥은 순댓국밥으로 나누면 될 듯하다.
국물은 돼지 콜라겐과 고기가 제대로 녹아서 살짝 끈끈한 맛이 살아 있다.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는 뜻이다. 순대는 고기가 듬뿍 들어가서 고급이다. 나박나박 썬 무김치가 나오는데, 이게 또 별미다.
진한 김칫국물을 국밥에 부어서 먹어도 좋다.
정갈한 인테리어에 일품요리로 서민 동네 사로잡아
성남은 역사적으로 도시가 생겨날 때부터 전형적인 서민 동네였다. 그래서 유독 값싸고 맛있는 순댓국을 파는 집이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물가 싸고, 국밥과 분식 맛있고, 정이 있는 동네. 그렇게 이 동네를 규정한다.
“코로나19로 고생을 많이 했어요. 도에서 지원받으면서 버텼지요. 팬데믹이 해제되면서 24시간 운영했어요. 그때 몸이 참 힘들었습니다.”
서민 동네의 특징이 있다. 바로 새벽부터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밤늦게까지 일을 한다. 이 지역엔 도시의 구조를 떠받치는 사람이 많이 산다. 새벽 전철과 버스가 만원이 되는 동네다.
“몸이 힘들고 좀 더 오래하려면 영업시간을 줄여야 했어요. 그래도 아침 8시에 열어서 새벽 1시까지는 지킵니다.”
전통적으로 순댓국집은 순댓국 말고 안주류나 일품요리는 별로 없다. 국밥을 회전시키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순대를 예쁘게 그릇에 담아내고, 전골류를 만드는 집도 많아졌다. 경영 방식이 다각화된 것이다. 경쟁이 심해지고 운영비와 인건비가 올라가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어쨌든 과거의 방식대로 운영하는 순댓국집을 전통형, 이 가게처럼 인테리어를 정갈하게 하고 일품요리를 강조하는 방식을 현대형 순댓국집이라 할 수 있겠다. 손님들도 젊어지고 새로운 세대의 사람들로 바뀌어가는 것도 시대의 흐름이다.
“하루 18시간씩 일했어요. 요새는 조금씩 쉬면서 하고 있어요. 공부도 해야 하고요.”
사실 이 가게를 알게 된 것은 한 음식 공부 모임에서였다. 박 대표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분이다.
펄펄 끓는 가마솥에서 돼지머리와 사골이 익으며 진한 맛을 뿜어내고, 소주 한 잔에 순댓국 한 그릇을 비우고 하루를 마감할 수 있는 곳. 이런 가게가 오래 버틸 수 있는 나라를 우리는 소박하게 꿈꾸고 사는 것 아닐까.
“먹고사는 게 제일 중요하지요.(웃음)”
뚝배기의 마지막 한 술을 떴다. 순대 한 점이 오래도록 감칠맛을 내며 입안에 머물렀다. 그저 먹고살 수 있는 나라를 바라는 소박한 서민들이 사는 동네다. 참, 상호에 ‘성남본점’이 붙지만, 아직 분점은 없다. 언젠가 사업을 일으키고 싶은 희망을 담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순대만찬 성남본점

주소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광명로 89
성남센트럴푸르지오시티 117·118호
전화 031-757-0977
박찬일

누군가는 ‘글 쓰는 셰프’라고 하지만 본인은 ‘주방장’이라는 말을 가장 아낀다. 오래된 식당을 찾아다니며 주인장들의 생생한 증언과 장사 철학을 글로 써서 사회·문화적으로 노포의 가치를 알리는 데 일조했다. 저서로는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이 있고 <수요미식회> 등 주요 방송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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