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경기 김포 쌀로 빚은
세대 공감 인싸주(酒)
독 브루어리

젊은 양조인 세 사람이 김포에 둥지를 튼 뒤 세상 ‘힙’한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어느 블로거의 말에 따르면 ‘막걸리계의 구찌’란다.
김포 쌀과 과일을 이용해 막걸리를 만드는 농업회사 법인 독 브루어리를 찾아갔다.

글. 이정은 사진. 전재호

막걸리가 ‘인싸술’로 주목받고 있다. 더 이상 값싸고 머리 아픈 ‘아재술’이 아니다.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이색 막걸리가 쏟아지고, 판매 채널도 다변화해 온라인에서도 손쉽게 막걸리를 구입할 수 있다. 막걸리 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이끄는 데는 청년 양조인들이 한몫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양조를 배우는 것은 물론 뛰어난 마케팅, 브랜딩 실력을 갖춘 청년 양조인들이 막걸리의 변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김포에 둥지를 틀고 제2의 도약을 꿈꾸는 독(DOK)브루어리도 그중 한 팀이다. 독 브루어리는 수제 맥주를 대표하는 고릴라브루잉 최고운영관리자 추덕승 씨와 도봉산 아래에서 막걸리를 빚던 이규민 씨, 브랜드 마케터 우화섭 씨가 뜻을 모아 만든 막걸리 양조장이다. “2019년 7월에 맥주와 막걸리의 양조 기법을 교차하는 막걸리 협업 프로젝트에서 처음 만났어요. 제조부터 마케팅, 홍보까지 원팀으로 진행했는데, 의외로 합이 잘 맞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의기투합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주류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던 추덕승 대표는 막걸리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고, 두 사람 모두 오래 고민하지 않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추 대표는 “각 분야 전문가가 모인 최고 팀”이라며 “나이가 비슷해서인지 호흡도 잘 맞고, 덕분에 다른 양조장보다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예나 지금이나 지역과 상생하는 생막걸리‘재미있게 술을 만들 수 있겠다’는 일념으로 뭉친 세사람은 독 브루어리의 정체성을 ‘올드 뉴(old new)’, ‘로컬’, ‘라이브’로 잡았다. 막걸리는 오래전부터 마셔 온 전통주(old)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에게 각광 받으면서 새로운 술(new)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독 브루어리는 ‘예나 지금이나 좋은 술’이라는 의미를 담아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우화섭 상무는 올드 뉴를 부각하기 위해 명조체 느낌이 나는 고딕체를 개발하고, 우유병에서 힌트를 얻어 막걸리병을 디자인했다. ‘힙’하면서도 정감 어린 독 브루어리 로고와 병은 그렇게 탄생했다.

다른 술과 달리 막걸리는 로컬, 즉 지역화가 특징이다. 독 브루어리도 ‘지역과 상생해 세상에 새롭게 나아가는 술, 이를 통해 지역 농산물을 새롭게 알릴 수 있는 술’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해 1월 김포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왜 김포일까? “김포는 교통도 편리하고, 무엇보다 쌀이 유명하잖아요. 쌀과 물이 좋아 예전부터 양조장도 많았지요.” 이규민 상무는 “만들고 싶은 막걸리 재료, 유통 범위등을 고려해 김포로 정했다. 강화도·파주·일산·부천 등 인근 지역에서도 특산물을 다양하게 생산하는 만큼 양조장으로 안성맞춤이었다”고 덧붙였다.

김포 금쌀로 만든 달콤하고 신선한 막걸리막걸리의 주재료인 김포 금쌀은 차지고 단맛이 강하다. 농가 서른세 곳과 신김포농협에서 구매하는데, 다른 지역보다 단가가 높아 원가 부담이 큰 편이다. 게다가 단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많이 사용하다 보니 술을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독 브루어리 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술맛을 위해 이 제조법을 고수하고 있다. 젊은 양조인들에게서 잘 숙성된 막걸리처럼 깊은 뚝심이 느껴진다. 독 브루어리는 막걸리를 만들 때 당일 도정한 쌀만 사용한다. 생막걸리의 신선함을 잡기 위해서다. 여기에 쌀을 곱게 갈아 넣어 입안 가득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 진다. 탁주는 탁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쌀의 순수한 느낌을 살려 뽀얀 우유 빛깔이 난다. 저온 숙성을 거쳐 맛과 향도 그대로 담았다. 처음에는 맛이 부드럽고 은은하다가 숙성이 진행되면서 산미와 탄산이 더해진다. 이렇게 만든 대표 술 ‘독(DOK)막걸리’는 6%의 저도주로 깔끔하고 달콤하다. 젊은 층이 좋아해 1년 사이에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지역 상생을 위해 인근 농산물을 높은 가격에 매입해 고부가가치로 판매하는 ‘과(果)막걸리’도 생산한다. 봄에는 인근 딸기 농가의 딸기를 이용해 딸기막걸리를, 가을에는 파주 사과 농장에서 수확한 사과를 이용해 사과막걸리를 만드는데, 직접 농가를 방문해 맛 보고 계약할 정도로 재료에 정성을 쏟고 있다. 그 덕분에 막걸리 본연의 풍미를 살리면서도 과일 향이 살아 있는 과(果)막걸리가 탄생할 수 있었다.

경기도 지원으로 자동화 설비 갖춘 스마트 공장 마련 독 브루어리의 막걸리는 효모가 살아 있는 생막걸리이기에 최고 맛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양조 데이터를 기록한다. 과학적 데이터 관리를 통해 일정한 수치로 발효 효소를 관리하므로 변수가 적고 일관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고 생산량이 적은 것도 아니다. 1,000ml 기준으로 월 4만 병 정도 생산하며, 온라인뿐 아니라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에도 납품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자동화 시스템 덕분이다.
“양조장을 만들 때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이 공장이었어요. 생산 설비와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다음 술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경기테크노파크에서 진행 하는 스마트 공장 인프라 구축 지원을 받아 설비를 자동화했습니다.” 추덕승 대표는 “경기도의 지원 덕분에 보다 수월하게 창업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더 많은 영세기업이 혜택을 받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경기도는 2019년부터 영세기업을 위해 자동화 설비, IoT 기반 운영 시스템 구축 등 경기도형 스마트 공장 구축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 브루어리가 추구하는 술은 ‘지역을 대표하면서도 누구나 부담 없이 어디서나 마실 수 있는 술’이다. 김포에서 가장 유명하고 잘 팔리는 것은 물론, 10년 안에 김포 1등을 넘어 전국 1등 막걸리를 만들겠다는 독 브루어리. ‘새롭지만 오래가는 막걸리’를 빚고 있는 청년 양조인 3인방의 당찬 포부가 임인년 호랑이 발걸음처럼 기운차다.

기정떡 맛은 막걸리가 좌우해요 김영민(백오기정 대표)
우연히 여수에서 기정떡을 맛보고 기정떡 마니아가 됐어요. 기정떡은 막걸리를 넣어 만들기 때문에 막걸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독 브루어리와는 중소벤처기업부 로컬크리에이터 협업 프로젝트에서 만났어요. 김포 금쌀을 이용해 다양한 쌀 발효 식품과 굿즈를 만드는 프로젝트였죠. 기정떡에 독막걸리를 넣으니 풍미가 확 살아나더라고요. 저희는 인공감미료 없이 쌀과 막걸리, 소금, 설탕, 물로만 떡을 만들어요. 그래서 담백하고 소화도 잘되죠. 독막걸리처럼 순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입니다. 저도 김포에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훌륭한 파트너를 만나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