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화려하게 고려를 품은
고달사지 승탑

여주 고달사지 터에는 고려 시대 전기인 10세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국보 제4호 고달사지 승탑이 있다.
돌을 다듬은 솜씨가 세련되고 정교하며,
고려 시대 특징이 잘 살아 있어 문화재로서 가치가 높다.

글. 이정은 사진. 전재호

여주에서도 제법 외진 곳, 일부러 찾지 않으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국보가 자리한다. 고려 시대에 제작한 국보 제4호 고달사지 승탑이다. 어느 스님을 모신 것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신라 말기 대표 선승이던 원감국사의 것으로 추정한다. 고달사는 통일신라시대 경덕왕 23년(764년)에 창건한 사찰로, 고려 광종 이후에는 왕실의 후원을 받아 3대 선종 사찰 중 하나로 위상이 높아졌다. 한때는 사방 30리(약 11.8km)가 모두 절 땅이었으며, 수백명의 스님이 머물렀다는 대찰(大刹)이었으나 조선이 건국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화려했던 사찰의 과거를 보여주는 고달사지 승탑의 조형 양식은 신라의 기본형을 따르면서 세부적인 면에서는 고려 시대의 특징이 강하다. 바닥 형태는 팔각이며, 꼭대기의 머리 장식이 완전하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원형이 잘 남아 있다. 사리를 모신 탑 몸돌에는 문짝 모양과 사천왕상을 새겨 천계와 지상을 잇는 고리의 의미를 담았다. 기단 가운데 거북을 중심으로 총 네 마리 용이 보주를 쥐고 있으며, 나머지 공간은 구름무늬로 가득 채웠다. 돌에 꽉 차게 새긴 무늬가 과장되지 않고 세련됐으며, 담대한 힘이 느껴진다.

1998년부터 발굴 조사가 이루어진 고달사지는 신륵사와 더불어 불교 문화재의 보고이다. 보물 제6호 원종대사 탑비, 보물 제8호 석조대좌, 보물 제282호 쌍사자 석등, 보물 제7호 원종대사탑이 있다. 국보와 보물이 가득한 고달사지는 고려 시대의 화려한 불교문화를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넓고 한적해 나들이를 하기도 좋다.



주소 여주시 북내면 상교리 421-12
문의 031-887-3573(여주시 문화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