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독이는 초록 이파리 치유 농장 미소품

25년 동안 화훼 농장을 운영하며
화훼 트렌드를 이끌어온 미소품의
김선희 대표는
식물이 주는 치유의 힘을
보고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마음이 쉴 공간, 숨쉬기 편안한 공간’이
바로 그 꿈이다.

글. 이정은 사진. 전재호

꽃을 좋아하는 한 소녀가 있었다. 30분이면 충분한 하굣길이 어느 날은 2시간, 어느 날은 3시간도 걸렸다. 꽃을 찾아 해가 질 때까지 산으로 들로 쏘다니느라 시간 가는 줄도, 배가 고픈 줄도 몰랐다. 꽃물로 얼룩진 옷 때문에 엄마한테 꾸지람도 많이 들었다. 그래도 늘 꽃처럼 해맑던 소녀는 어느새 훌쩍 자라 이름도 예쁜 꽃집 처녀가 되었고,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다는 지천명(50세)이 된 지금은 식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치유 농장의 주인이 되었다. 화훼 농원 ‘미소품’의 김선희 대표다.


Q ‘미소품’이란 이름이 참 예쁘네요.
무슨 뜻인가요?
‘아름답고 작은 소품’이라는 뜻이에요. 저희는 작은 식물을 키우고, 생산한 후 화훼 소품으로 가공해서 판매하는 농장이거든요. Q 주로 어떤 식물을 취급하나요? 시설 하우스 1,600평과 노지 500평에 클루시아·대나무야자·움베르타·만세선인장·핑크별 등 다양한 반려식물을 재배하는데, 주로 공기 정화 식물이에요. 대표 식물은 클루시아로 동글동글한 초록 잎이 아주 예쁘답니다. ‘산소 탱크’라고 부를 정도로 공기 정화 능력이 뛰어나죠. 집에서 키우기도 쉽고요.

Q 화훼 농장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유독 꽃을 좋아했어요. 하남시에서 자랐는데, 사방이 들꽃 천지였죠. 그런데 서울에서 시집온 외숙모가 집 담장에 심은 주황색 코스모스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수채화 같은 들꽃이 흑백 텔레비전이었다면, 그 꽃은 컬러 텔레비전이었다고나 할까요. 알록달록한 꽃을 접하면서 또 다른 꽃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죠. 처음에는 꽃집을 운영하면서 기초를 배우고 스물여섯 살에 화훼 농원을 시작했습니다. Q 젊은 농군이었네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일반 농작물은 각 작물마다 재배 기술 정보가 많은데, 화훼류는 품종은 다양한데 기본 자료가 없어 경험을 바탕으로 재배해야 하거든요. 그래도 제법 잘 꾸려나갔는데, 하남시가 개발되면서 이사를 자주 하게 됐어요. 훼 농장이 다른 농업에 비해 시설 투자비가 많이 들고, 기간도 오래 걸려요. 그런데 이사를 자주 하다 보니 손실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어요. 임대농의 아픔이었죠. 그래서 여주에 땅을 사서 아예 옮겼지요. 벌써 11년 전 이야기네요.

Q 언제 가장 힘들었나요? 사실 여주로 이사 올 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땅도 대출받아서 샀고, 시행착오도 많아서 빚이 어마어마했거든요. 파산 신청을 할까 고민했을 정도였지요. 그때 구세주처럼 찾아온 식물이 만세선인장이었어요. 원래 볼품없는 선인장이었는데, 줄기 뻗은 모습이 꼭 만세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만세선인장이라고 이름 붙이고 줄기도 토끼 귀처럼 귀엽게 가공했죠. 제가 손재주가 좋아서 식물 가공을 잘하거든요. 꽃말도 ‘승승장구’라고 붙였어요. 그게 대박이 난 거예요. 집들이, 개업식, 집이나 카페 인테리어 소품으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1년 반 만에 빚을 다 갚고 재기에 성공했죠. 단순한 화훼 농장을 넘어 치유의 공간으로 만세선인장을 처음 선보인 건 김선희 대표지만, 전국적으로 유행하면서 다른 농장에서도 만세선인장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는 클루시아 같은 공기 정화 식물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과 치유 농장으로 운영하기 위해 이천에 600평 규모의 농장을 새로 지었다. Q 교육과 치유 농장이라… 새롭네요 그동안 생산자 위주의 삶을 살았잖아요. 이제는 좀 더 다양하게 제 꿈을 펼쳐보려고요. 이천시교육협력자지원센터에서 저희 농장을 보시고는 학생들 체험 농원으로 지정해주셨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토피어리도 만들고 식물 관리 방법도 알려줬지요. 신기하고 재밌어하더라고요. 치유 농장은 저희 어머님을 보면서 결심한 거예요. 하남에 사실 때는 약을 한 움큼씩 드실 정도로 건강이 안 좋으셨는데, 이곳으로 와서 텃밭을 가꾸고 꽃도 돌보면서 건강을 되찾으셨어요. 식물이 지닌 ‘치유의 힘’이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Q 색다른 농장 콘셉트인데,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여주시 농업기술센터(031-887-3710)에서 강소농 교육을 꾸준히 받았습니다. 농업인 대학 공부와 치유 농업을 준비하기 위해 농촌 체험 관광, 농촌체험지도사 과정을 수료하고 2020년엔 마스터 가드너 과정도 마쳤지요. 올가을에는 치유농업사 자격증도 딸 생각입니다. 식물은 잘 기르는데, 마케팅은 젬병이었어요. 그런데 경기도농업기술원(031-229-6114) 강소농지원단에서 SNS 활용 방법을 알려주시고, 지속적으로 코칭해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2018년부터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데, 홍보 효과가 크더라고요. 소통의 장을 열어주시고, 치유 농업 조언도 해주시는 강소농지원단께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전 8시간씩 물을 주며 식물들이 커가는 모습을 볼 때 제일 행복해요. 그 행복을 많은 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바닥과 천장, 벽면까지 모두 초록으로 꾸민 산소식물원, 식물 집사를 위한 식물 초보자 학교 등등 하고 싶은 것도 참 많아요. 하지만 25년 동안 그랬듯이 천천히 준비하려고 합니다.

들꽃을 보며 꿈꾸던 소녀는 흙투성이 길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달려 화훼 달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식물로 마음을 다독이는 치유사가 되기 위해 또 다른 꽃길을 걷고 있다. ‘마음이 쉴 공간, 숨쉬기 편안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미소품은 그녀가 새로운 꿈을 꾸는 공간이자 행복한 삶터다.

pick김선희 대표가 추천하는 공기 정화 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