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의 발자취를 따라 경기둘레길 46코스

서해대교 아래 드넓게 펼쳐진 평택항을 마주 보며
원효대사의 흔적을 좇는 이 코스는
대한민국과 세계를 잇는 평택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길이다.

글. 이인철 사진. 전재호

서해대교 아래 평택항마린센터에서 출발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옆 지상 15층 규모의 건물, 평택항마린센터. 경기둘레길 46코스는 항만 관련 공공 기관과 기업들이 입주한 이곳에서 출발한다. 출발하기 전 먼저 평택항마린센터 전망대에 오를 것을 추천한다. 웅장한 평택항 전경이, 광활한 서해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평택항홍보관까지 구간은 아산국가산업단지 경기포승지구를 통과한다. 평택항 주변의 발전상을 체감하는 코스로, 8차선 산업도로를 따라 이어진 공장과 도로 위를 달리는 대형 트레일러의 모습에서 우리 산업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다소 삭막해 보이지만, 가로수와 쌈지공원에 만발한 화사한 봄꽃이 공장 지대의 회색 풍경을 화사한 색으로 바꿔놓는다.
산업단지를 벗어나면 평택항홍보관에 도착한다. 3층 건물인 평택항홍보관은 세계로 나아가는 물류 중심 항만으로 자리 잡은 평택항의 어제와 오늘을 볼 수 있다. 포토 존과 게임 존 등 체험거리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관람 시간은 30분 정도 소요된다.

거리에 핀 봄꽃이 공장 지대의 회색 풍경을 화사한 색으로 바꿔놓는다.

신라 고승 원효와 의상이 걷던 길 평택항홍보관 옆 작은 숲길로 들어서기 전 원효길 표지석이 보인다. 원효길(평택둘레길 섶길 5코스)은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중국 유학길에 하룻밤 노숙하다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고 득도했다는 수도사로 향하는 길이다. 옛 고승의 발자취를 따라 신당 근린공원과 도곡초등학교를 지나면 공장 지대를 벗어나 한가로운 시골 풍경과 마주한다. 봄 농사 준비에 한창인 농부들과 들녘에 핀 야생화가 정겨워 보이는 구간이다. 마을길이 끝나면 평택으로 이전한 해군 2함대 사령부가 나온다. 경기둘레길 46코스의 유일한 산길로 철책을 따라 초록빛 봄을 음미하며 30여 분 걸으면 오두막 쉼터에 도착한다. 전체 코스의 3분의 2 지점으로 남양대교와 남양방조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숨 고르기 좋은 장소다. 오두막 바로 아래, 원효길 끝에는 수도사가 있다. 1,300여 년 전 원효대사가 당나라로 가던 중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고 크게 깨우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사찰로, 2017년 원효대사 깨달음 체험관을 새롭게 조성했다. 이곳에서 원효대사의 해골 물 일화 와 함께 ‘한국 사찰 음식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이날은 장 담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남양호 수도사를 지나면 남양호 구간이다. 평택시와 화성시를 연결하는 남양방조제가 만들어낸 인공 호수로, 잔잔한 호수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철새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평화롭다. 강태공들에겐 ‘국민 낚시터’로 유명하다. 제방길 중간중간 세월을 낚는 강태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남양방조제를 건너는 구간은 서해랑길(서해안길)과 연결되는데, 인도가 좁고 대형 화물 차량의 운행이 많아 주의해서 걸어야 한다. 남양방조제를 건너면 평택시에서 화성시로 넘어가고, 46코스 종점이자 47코스 시작을 알리는 화성 이화리 정류장이 바로 나온다. 걸음은 멈추더라도 남양방조제 너머 바다 풍경을 감상하는 건 멈추지 말 것. 멀리 보이는 수평선을 바라보노라면 일상에 쌓인 마음의 찌꺼기가 정화되는 기분이다. 이곳은 또 화성 궁평항 못지않은 서해안 낙조의 명소라고 하니 참고하자.

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

tip 사진 촬영 명소 수도사
수도사는 신라 문성왕 14년(852)에 염거화상이 창건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라 말~고려 초 국가의 통제가 약해지면서 남양만에 수적(水賊)이 들끓어 비워두었다가 15세기경 폐사되었다. 원효대사의 전설이 깃든 수도사에는 자비로움의 상징인 해수관음보살상이 있다. 걷기 여행자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유서 깊고 고즈넉한 사찰이다. 사찰 내 원효대사 깨달음체험관이 있으며, 템플스테이도 진행한다.
남양호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남양호에서는 한가로이 노니는 백로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제방길을 따라 이어진 길과 호수의 모습이 평온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시작점 찾아가기
안중공용버스터미널 ▶ 81-1〮 810 〮 80번 버스 (약 30분 소요, 35~70분 간격)
▶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하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