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 소속 엄마 총잡이 금지현의 파리 올림픽
은빛 도전기

2024. 10

금지현 선수는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서 은메달을 따며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겼다.
중학생 시절 사격을 시작한 그녀는 출산 후 빠르게 복귀해 다시 한번 세계 무대에 섰다.
결혼과 출산이라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며, 경력 단절의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단련하고
멘털을 강화한 그녀의 이야기는 많은 이에게 영감을 준다.

글. 이선민
사진. 전재호
지난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금메달 13개를 포함 총 32개의 메달을 따며 8위를 차지해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첫 메달 소식을 알린 이는 다름 아닌 경기도청 소속 사격 선수 금지현. 금 선수는 7월 27일(현지 시각)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서 2000년생 동갑내기 박하준과 호흡을 맞춰 은메달을 땄다. 본선 2위로 금메달 결정전에 올라 중국 팀과 겨뤘지만 결국 12:16으로 패했다. 그래도 금지현은 행복하다. 올림픽 출전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금 선수는 중학교 2학년 때 사격을 처음 접하고,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사격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경기에 참가할 정도로 탁월한 실력을 뽐냈다. 그녀는 특별한 재능보다는 동기들보다 더 열심히 연습하며 성과를 이루었다고 말한다. 사격을 시작할 당시 그녀가 다니던 학교에 소총 종목만 있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소총이라는 종목 자체를 대중적으로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그녀의 선택에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권총 하면 전종오 선수를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소총은 그런 대표 선수가 없어요. 저 역시 학교에서 소총을 보기 전에는 소총 종목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요. 이왕 시작한 만큼 소총을 인기 종목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꾸준히 소총을 해온 그녀의 드라마는 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때부터 절정에 달했다. 임신한 상태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며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두자 ‘만삭의 총잡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만삭의 몸으로 몸에 딱 붙는 사격복을 입기 힘들어 단추를 전부 풀고 총을 쏘았다. 그리고 출산 후 3개월 만에 다시 총을 잡았고, 마침내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것이다.
그녀는 멘털이 과도하게 흔들릴 때면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며 긴장을 풀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차분히 호흡을 조절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경기에 필요한 집중력을 찾을 수 있도록 스스로를 제어한다.
금지현 선수
금지현 선수는 대한민국 사격 국가대표로, 특히 10m 공기소총 종목에서 활약하고 있다. 2000년생인 금지현은 2022년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에서 10m 공기소총 개인전과 혼성전에서 금메달을 따며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최근에는 2024 파리 올림픽 10m 공기소총 혼성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리스트가 되었다.
새로운 도전, 더 강해진 나 :
결혼과 출산 후
꽃피운 사격 인생
2000년생인 금 선수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 16개월 딸을 둔 엄마다. 금 선수는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이유에 대해, 삶의 새로운 전환점을 찾고 싶었다고 말한다.
“출산은 제게 단순히 개인적 선택이 아닌, 선수로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계기였어요. 아이를 낳으니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어른이 되는 과정 같았죠. 출산이 저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었고, 이를 통해 인생과 사격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어요.”
하지만 막상 출산 후 다시 사격을 시작하며 경력 단절로 인한 불안감이 컸다고 한다. 금 선수는 출산 후 올림픽에 도전하며 그 어느 때보다 심한 압박을 느꼈다. 이전에는 실수할 경우 핑계를 댈 여지가 있었지만, 출산 후에는 그러한 여유조차 없었다고 한다.
“제 감정 기복 때문에 팀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잖아요. 그리고 아기 엄마라는 핑계를 댈 수도 없었어요. 더 이상 핑계를 댈 수도, 도망갈 곳도 없다는 절박함 같은 게 있었죠. 오히려 이제는 진짜 실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금 선수는 출산 후 빠르게 회복하지 않으면 올림픽 무대에 설 기회조차 없다는 절박함 속에서 훈련에 임했다. 그녀는 3개월의 출산휴가 후 몸을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의지와 체력 관리가 필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출산 후에는 코어 근육이 약해지고 체력이 떨어져 사격 자세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녀는 코어 운동과 심폐 지구력을 중점적으로 훈련하며 근력을 키우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몸이 회복될 수 있었다. 결혼과 출산을 통해 금 선수는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살아가며, 이러한 경험이 경기에 임하는 태도와 멘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도망갈 구멍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저 자신을 더 강하게 단련해야 했어요.”
결혼과 출산은 그녀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으며, 사격 선수로서뿐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사진. 대한체육회 제공
강철 멘털의 비결,
집중력과 마음 다스리기
금 선수는 체력만큼 중요한 것이 멘털 관리라고 강조하며 사격 경기 중 멘털이 흔들릴 때 이를 극복하는 몇 가지 구체적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실수를 빠르게 인정하고 다음 격발에 집중하는 것이다. 경기 중 한 발이 빗나갔을 때 그 격발에 집착하지 않고, ‘이미 빠지는 발’이라고 생각하며 빠르게 마음을 정리한다고 한다. 이러한 태도는 실수를 오래 끌지 않고, 즉각적으로 경기 흐름을 이어가는 데 도움을 준다.
두 번째는 일상에서도 멘털 관리를 위한 습관을 유지한다. 경기 외적인 상황에서도 사격을 상상하며 내일 계획을 세우고, 이를 반복적으로 연습함으로써 경기에 임했을 때 더 쉽게 집중할 수 있도록 자신을 훈련시켰다. 이러한 끊임없는 상상 훈련은 실제 경기에서 멘털이 흔들리지 않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호흡 조절 역시 중요한 멘털 관리 방법이다. 그녀는 멘털이 과도하게 흔들릴 때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며 긴장을 풀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차분히 호흡을 조절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경기에 필요한 집중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스스로를 제어한다.
“개인전에서 안경에 난 스크래치가 조준선을 가리며 시야를 방해했고, 이로 인해 평소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했어요.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9위면 잘해낸 것이라고 생각해요. 장비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평소 멘털을 관리한 덕분에 그만큼이라도 해냈다고 생각하고 털어버렸어요.”
사격을 한 이후 낙관적 성격으로 변한 것도 있다며 활짝 웃는 모습이 싱그럽다.
금지현 선수는 행복과 행운은 사람마다 오는 시기가 다르다고 믿으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할 것을 조언했다. “끝까지 노력하다 보면 불행이 뒤가 되고 앞에는 행운이 있을 것”이라는 그녀의 말은 많은 이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경기도청에서 피어난
금지현 선수의 새로운 도약
울산 출신인 그녀가 경기도청을 택한 데에는 팀 분위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에 처음 발탁되었는데, 당시 남자 소총 국가대표와 김승환 코치가 경기도청 소속이었다. 이들은 금 선수에게 경기도청의 분위기를 전했고, 금 선수는 팀 분위기가 가족적이고 긍정적이라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더 좋은 조건의 팀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 많았어요. 당시 돈 욕심이 없던 저는 더 좋은 대우보다는 정착할 수 있는 ‘집’ 같은 팀을 찾고 있었죠. 경기도청이 바로 그런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경기도청에 입단할 당시 울산 측과 갈등도 있었지만, 그녀는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경기도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모든 이가 선택을 인정해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한 결과 이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경기도민이 저를 응원해준다는 사실을 느낄 때마다 큰 책임감이 생겨요. 경기도 소속으로서 성과는 저뿐 아니라 저를 믿고 응원해준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아직 끝이 아니에요. 앞으로도 경기도 마크를 달고 더 많은 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금 선수는 2028 LA 올림픽까지 선수로 활동할 계획이다. 하지만 30세가 넘으면 선수 생활을 마치고 지도자 길을 걷고 싶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금 선수는 자신의 삶에서 겪은 도전과 어려움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녀는 행복과 행운은 사람마다 오는 시기가 다르다고 믿으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할 것을 조언했다. “끝까지 노력하다 보면 불행이 뒤가 되고 앞에는 행운이 있을 것”이라는 금지현 선수의 말은 많은 이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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