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효심 따라 근심 없이 걷는 길 서호천길

2024. 10

삼남길에는 유독 정조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정조가 한양에서 아버지 사도세자가 잠든 화성 현륭원까지 행차하던 길이기 때문이다.
삼남길 제4길 서호천길도 정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글. 이정은
사진. 전재호
Information
코스 정보
지지대비 ⇨ 지지대쉼터 ⇨ 해우재 ⇨ 국립원예특작과학원 ⇨ 서호공원 입구
소요 시간
2시간
거리
8km
난이도
삼남길
경기옛길 삼남길은 ‘삼남대로’의 옛 노선을 연구한 뒤 그 원형을 최대한 따르면서 고속도로 등으로 단절된 구간, 도보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구간 등 대체로를 개척해 조성한 역사·문화 탐방로입니다.
미스터 토일렛으로 불린 심재덕 전 수원시장 동상
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

다양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수원 시민의 친환경 산책로 서호천 변
지지대비는 조선 정조의 지극한 효성을 추모하기 위해 순조 7년(1807) 화성 어사 신현의
건의로 세워진 비이다.
정조의 사부곡이 담긴 효행길
의왕에서 수원으로 넘어오는 경계에 있는 지지대고개는 예로부터 한양에서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를 잇는 삼남대로의 핵심 길목이었다. 차량 통행이 많아 무심히 지나치기 쉽지만, 고개 마루턱에 특별한 비석이 있다. 바로 지지대비다. 지지대고개는 지지대비가 있는 고개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두 곳 모두 정조의 효심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정조대왕실록>에 따르면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인 현륭원 참배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매번 미륵현(彌勒峴, 나중에 지지현(遲遲峴)으로 바뀜)에서 행차를 멈추고 현륭원을 바라보며 아쉬워했고, 미륵현 위쪽 평평한 곳을 ‘지지대’라고 명명한 뒤 아래쪽 축대에 ‘遲遲臺’(지지대)라는 글자를 새기도록 했다. 아버지에 대한 정조의 지극한 효심을 엿볼 수 있는 지명인 셈이다. 경기옛길 서호천길은 지지대비에서 출발한다. 지지대비로 오르는 계단 앞에 ‘大小人員皆下馬’(대소인원개하마)라고 새긴 비가 보인다.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은 누구든지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하마비는 왕이나 장군·고관·성현들의 출생지 또는 무덤 앞에 세워놓는데, 말에서 내려 이들에 대한 존경심을 보이라는 의미다. 지지대비는 순조 때 정조의 효심을 기리기 위해 세웠는데, 당시 사람들이 이 비를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서호천은 새들의 쉼터로 백로, 가마우지, 왜가리, 황로, 해오라기 등도 만날 수 있다. 천변을 따라 걷다 보면 여기산의 백로 서식지가 보인다.
지지대비에서 해우재 구간은 산길이다. 평지보다 보폭을 줄이고 가을 숲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걷기를 추천한다.
해우재에는 변기, 변소의 조형물과 변소를 이용한 작품이 전시돼 있어 중장년 세대에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해우재
지지대비를 지나면 바로 산길이다. 오르막 구간이라 발걸음은 더디지만, 가을 숲을 따라 걷는 기분은 상쾌하다. 경기옛길 표식을 따라 1시간쯤 걷다 보면 해우재(解憂齋)가 나온다. 주변에 있는 조형물만 봐도 이곳이 어떤 박물관인지 금세 알 수 있다. 해우재는 수원시 화장실 문화 전시관으로 사찰에서 화장실을 일컫는 해우소(解憂所, 근심을 푸는 집)에서 비롯됐다. 해우재는 미스터 토일렛으로 불리며 화장실 문화 운동을 주도한 고(故) 심재덕 전 수원시장의 자택을 유족들이 수원시에 기증해 조성한 공간이다. 2007년 고기웅 건축가가 설계했는데, 화장실 변기 모양을 형상화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외부에는 변기, 변소의 조형물과 변소를 이용한 작품이 전시돼 있어 중장년 세대에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내부 전시실에는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화장실 전시물, 전 세계 화장실의 재미난 픽토그램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화장실 이야기도 흥미롭다. 해우재를 지나 서호천으로 가는 길에 ‘꽃뫼 이야기’라는 삼남길 이야기판이 나온다. 내용인즉 꽃뫼는 화서역 근처에 위치한 산으로, 옛날 이 산 근처에 한 처녀가 병든 아버지를 극진히 모시며 어려운 삶을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함께 일하던 머슴에게 욕을 보이게 되고 절망한 처녀는 산으로 올라가 목을 매달았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처녀가 묻힌 이곳에서 꽃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났다. 사람들은 그때부터 효심이 지극했던 처녀를 생각하게 되었고, 이 산을 꽃뫼(花山)라고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효심이 피워낸 꽃산의 전설을 뒤로하고 서호천 변을 따라 걷는다. 서호천은 새들의 쉼터로 백로, 가마우지, 왜가리, 황로, 해오라기 등을 만날 수 있다. 천변을 따라 걷다 보면 여기산의 백로 서식지도 보인다. 서호천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하듯 1시간 정도 걸으니 종점 서호공원이다. 서호천길은 정조의 효행길을 따라 걷는 짧은 구간이지만, 가을 풍경을 감상하며 걷기 그만이다.
사진 촬영 명소
서호천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걷기 좋고 새, 자라 등 다양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친환경 자연 하천이다. 중간중간 징검다리가 많아 시냇가 풍경을 배경으로 촬영하기 좋다.
해우재
고 심재덕 전 수원시장의 뜻을 따라 만든, 국내 유일의 화장실 문화 전시관. 전시관 건물 자체가 변기 모양일 뿐 아니라 전시관 내·외부에는 화장실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물이 있어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낸다.
시작점 찾아가기
의왕시 골사그네(통미마을) 정류장에서 하차 후 수원 방향 도보 5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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